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창업·소상공인 지원사업 신청 절차를 전면 개편하는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파편화된 지원 시스템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겪는 과도한 행정부담이 기업의 핵심 역량 집중을 저해하고, 국가 전체 공급망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협력사의 경쟁력은 대기업의 ESG 성과와 직결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행정 서류의 대대적인 감축과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올해부터 지원사업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평균 9개에서 4.4개로 50% 이상 줄어든다. 사업계획서 분량 역시 14장에서 9.4장으로 30% 이상 축소된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연간 약 57만 시간의 행정부담이 절감될 것으로 중기부는 추산한다. 절감된 시간과 비용은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이나 인력 투자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분산된 67개 지원 채널이 ‘중소기업 통합지원 플랫폼’으로 통합되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오는 5월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이 플랫폼은 AI를 활용해 기업 특성에 맞는 지원사업을 추천하고, 키워드 입력만으로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는 정보 비대칭성과 행정력 부족으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었던 영세 기업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35개에 달하던 유선 상담번호도 ‘1357’ 하나로 통합해 정보 탐색 비용을 최소화한다.

다만 이번 정책의 성패는 부처 간 협력에 달려있다. 현재 중앙부처의 중소기업 관련 지원사업 722개 중 중기부 소관은 20%인 14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17개 타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운영 중이다. 통합 플랫폼이 명실상부한 원스톱 창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타 부처의 적극적인 데이터 연계와 프로세스 표준화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반쪽짜리 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번 시도는 정부의 데이터 기반 행정 혁신 모델이자, 국가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는 중요한 거버넌스 개선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