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블록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공급망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산업통상장관 회담의 핵심은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SCPA)’ 체결로,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양국 산업계에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협력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자원 무기화가 심화되는 거시적 배경 아래 추진되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인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양국의 공통 과제였다. SCPA는 교란 징후 사전 통보, 위기 시 긴급회의 등 공동 대응 메커니즘을 명시함으로써 과거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일방적 조치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예측 가능한 공급망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세부적으로는 핵심광물 분야의 공동 탐사 및 투자가 주목된다. 이는 제3국 자원 개발에 양국이 공동으로 참여해 중국을 우회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JERA 간 체결된 LNG 수급 협력은 에너지 안보 차원의 중요한 진전이다. 필요시 양국이 LNG 물량을 교환하는 ‘LNG 스왑’은 특정 국가의 공급 중단이나 가격 급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안보 벨트가 한층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양국 기업들은 안정적인 원자재 조달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 간 합의가 민간 기업의 실질적인 공동 투자와 기술 개발 협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인센티브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향후 양국이 구축한 공급망 협력 플랫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