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단순한 경제 현안 논의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경제안보 협의체로 기능했다. 양국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외환시장 안정화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선 국가 수준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협력 의지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의 성패는 특정 국가에 편중된 핵심광물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자원 무기화 경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은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양국 정부의 공조는 향후 양국 기업 간 공동 자원 개발 투자나 제3국 자원 보유국과의 공동 협상 등 구체적인 비즈니스 협력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조 역시 중요한 성과다. 양국은 최근 원화와 엔화의 동반 가치 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는 양국 통화 당국 간의 공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한일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양자 금융협력 논의를 지속하기로 한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 양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전판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이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노력을 공식적으로 환영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WGBI 편입은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외국인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이는 곧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일본 재무당국의 지지 표명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WGBI 편입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재무장관회의는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넘어 경제적 실리와 미래 안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향후 양국 간 협력은 공급망, 금융을 넘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간 협력의 큰 틀 안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보다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