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비 증액을 넘어, 국가의 미래 산업 지형을 재설계하려는 강력한 정책 의지로 풀이된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역량 결집이 본격화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6년 국가전략기술 육성 시행계획’의 핵심은 ‘NEXT’ 전략기술 확보다. 정부는 연구개발 성과가 단순 기술 확보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 창출과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올해 국가전략기술 R&D 투자를 전년 대비 30% 증가한 8조 6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46조 60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자금의 물길을 전략기술 분야로 돌려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계획은 자금 지원을 넘어선 전방위적 생태계 조성 전략을 담고 있다. 창업부터 해외 진출, 특허 확보까지 기업 성장의 전 주기를 지원하며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한 특화 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제주 ‘그린수소’, 전북 ‘이차전지’ 등 지역별 기술혁신허브를 육성해 전략기술 성과가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지원한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기반의 자생적 혁신 역량을 키우려는 전략적 전환이다.
또한, 기술 안보와 글로벌 협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AI, 반도체, 양자 등 핵심 분야에서 국제 표준 정립을 주도하고, 연구보안 체계를 강화해 국익을 보호한다. 동시에 R&D 예비타당성조사 폐지와 같은 규제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는 변화의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전쟁에서 정책의 민첩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이번 시행계획은 기업과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정부가 지정한 전략기술 분야는 향후 막대한 자원과 정책적 지원이 집중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는 관련 분야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가적 임무 달성을 위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제 기술 개발은 개별 기업의 과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미션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