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석유 시장을 흔들자 정부가 가격 안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부터 2주간 한시적으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물가 관리를 넘어, 외부 충격에 취약한 에너지 수급 구조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정유사의 공급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다. 최종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지불하는 판매가격이 아닌,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에 넘기는 도매가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1차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제도 시행 직전 평균 공급가보다 각각 109원, 218원 낮은 수준으로, 정유사의 이윤 폭을 줄여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번 최고가격제를 통해 급격한 유가 상승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 물류비용과 생산원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여 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고, 서민 물가 안정을 꾀하는 이중 효과를 노린다.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국제 유가 변동률을 반영해 조정되며,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화될 경우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공급 차질이나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정유사 사후정산 기준을 마련하고, 자영업자 및 농민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지원 방안을 병행하며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가 유가 급등기의 충격을 완화하는 성공적인 완충재가 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