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넘어 기업의 환경·안전·보건(EHS) 경영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이제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와 리스크 대응 능력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적용 범위의 전면적 확대와 재해 입증책임 완화다. 예술인, 플랫폼 노동자, 소규모 농림어업 종사자 등 그간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단계적으로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통적 고용 관계를 넘어 협력하는 모든 인력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이는 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사업장 내 모든 인력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 입증책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지금까지는 근로자가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질병 추정의 원칙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업에게 잠재적 노무 리스크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고 발생 후 보상에 집중하던 소극적 관리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작업환경 개선과 질병 예방 프로그램 구축이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됐다.

정부가 선보장 제도 도입과 재활·복귀 지원 강화를 추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재해 발생 시 신속한 보상과 체계적인 복귀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역으로 기업에게 더욱 고도화된 사후 관리 시스템을 요구한다. 재해 근로자의 신속한 현장 복귀는 기업의 생산성 유지와 직결되는 만큼, 전문적인 재활 지원 체계를 내재화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산재보험 제도 개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S)을 비용이 아닌 핵심적인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강제하고 있다. ESG 경영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인적자원 관리 전략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모든 노동 인구의 안전과 건강을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동일선상에 놓는 경영 철학의 대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