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을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한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핵심광물과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이번 포럼에서 체결된 양해각서들은 한국의 미래 산업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필리핀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하려는 명확한 전략을 보여준다. HD현대중공업과 필리핀 기술교육개발청의 조선산업 기술 협력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인력 채용을 넘어 현지 기술 교육 시스템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숙련된 인력풀을 구축하는 장기적 투자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S)을 이행하는 동시에, 고질적인 국내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는 실질적 해결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원전 협력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국의 원전 기술 수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필리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필리핀은 니켈, 코발트 등 4차 산업의 필수 원료인 핵심광물 보유국이다. 안정적인 전력은 광물 채굴 및 가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결국 한국은 원전 기술을 제공하고, 필리핀의 핵심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환경(E)과 경제 안보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이번 협력은 필리핀을 단순 생산기지나 소비 시장으로 보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핵심 파트너로 격상시켰음을 의미한다. 필리핀의 풍부한 자원과 인적 자본, 그리고 한국의 첨단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파트너십의 성공은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존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