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영향력이 하드파워를 넘어 소프트파워와 인적 네트워크로 재편되는 시대다.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이 단순한 보호와 교류를 넘어, 현지 시장을 개척하는 핵심 경제 자산으로 활용되는 전략적 전환을 맞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핀 동포 간담회는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단순한 격려 행사가 아니라, 현지에 깊숙이 뿌리내린 인적 네트워크를 국가의 경제 영토로 편입하려는 정교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간담회는 재외동포가 가진 다층적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방송인 라이언 방은 문화 콘텐츠를 통한 양국 간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소프트파워의 상징이다. 한식연구가 백종란은 K푸드를 현지 문화와 결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화의 첨병 역할을 한다. 월드옥타 대표 김승규는 현지 비즈니스 생태계를 꿰뚫고 있는 경제 정보의 허브이자,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는 가교다. 정부는 이들을 통해 문화 전파, 산업 확장, 시장 정보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노린다. 대통령이 직접 재외국민 보호와 제도 개선을 약속한 것은 이 핵심 자산의 활동 기반을 안정화하고 로열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투자다.
이러한 접근은 ESG 경영의 사회(Social) 부문과도 맞닿아 있다. 재외동포 사회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소통은 국경을 초월한 이해관계자 관리의 모범 사례가 된다. 동포 사회의 안정적 성장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는 결국 ‘브랜드 코리아’의 가치를 높여 무형의 경제적 이익으로 환원된다.
결론적으로 재외동포 정책의 중심축이 시혜적 관점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지 문화와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750만 재외동포는 더 이상 외교의 주변부가 아니다. 이들을 국가 경제 전략의 최전선에 배치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는 물리적 국경을 넘어 무한히 확장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