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장기 연체자 양산을 막기 위한 칼을 빼 들었다. 이는 단순한 채무자 구제책을 넘어 금융사의 경영 패러다임을 ‘회수 극대화’에서 ‘포용적 금융’으로 전환하라는 강력한 신호다. 이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S) 경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은 연체 초기부터 금융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금융사가 채무조정 요청권을 먼저 안내하고, 자체 채무조정 내부 기준을 구체화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채무가 부실화되기 전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과거처럼 연체 발생 즉시 추심에 집중하거나 채권을 매각해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히 채권 매각 후에도 원채권 금융사에 고객 보호 책임을 부여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양수한 업체의 불법 추심 행위를 점검하고 감독 당국에 보고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금융사가 협력사 관리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의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함을 의미한다. 브랜드 평판과 직결되는 사회적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은 가장 큰 변화다. 정부는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한 법인세 비용처리를 허용해 금융사의 자발적인 시효 완성을 유도한다. 이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 악성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금융사는 단기적 회수 이익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전성과 사회적 책임을 모두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번 방안은 금융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환이다. 금융사는 더 이상 이익 창출이라는 단일 목표에만 머물 수 없다. 채무자의 재기를 돕고 사회 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포용적 금융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