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시장 전반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관련 약관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불공정 조항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용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사용하는 약관 1,668개를 심사하여,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한 9개 유형 46개 부당 조항에 대한 시정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은행권 약관 시정 요청에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거시적 트렌드가 여신전문금융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공정위의 약관 심사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소송 관할을 고객에게 불리하게 정한 조항’으로 총 22개에 달했다. 예를 들어, A카드 체크카드 약관에는 ‘이 약관에 따른 거래에 관한 소송은 회원의 주소지, 카드사의 본점 또는 영업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3년 개정된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66조의2는 비대면 금융상품 계약과 관련된 소송은 소비자 주소지 법원의 전속관할로 규정하고 있어, 이는 명백히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조항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고객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항’ 7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B카드 약관에서 ‘제휴사의 사정(폐업, 공사, 예약 마감 등)에 따라 원하는 날짜에 이용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와 같이 사업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서비스 제공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소비자에게 예측 불가능성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더불어 리스 계약 분야에서는 ‘반소 청구·상계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확인되었다. C캐피탈의 리스 계약서에 명시된 ‘모든 지급금은 반소청구나 상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며…공제 없이 완전히 지급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법률상 소비자에게 보장된 항변권 및 상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불공정 조항으로 판단되었다. 이 외에도 ‘해지 사유를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한 조항'(6개), ‘해외결제 브랜드 수수료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3개), ‘고객의 의사표시를 부작위로 간주하는 조항'(2개) 등 총 9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이 시정 대상에 포함되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신용카드, 리스, 할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금융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통보하면 통상 약 3개월 내에 약관 개정이 이루어지며,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실질적인 응답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공정위는 10월 은행, 11월 여신전문금융 분야에 이어 금융투자 및 온라인투자연계금융 분야까지 약관 심사를 신속히 추진하여 금융권 전반의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고, 불공정 약관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한층 높이며, 금융 소비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