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과 사회 현상은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돌아간다. 이러한 생태계의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나 전략은 결국 허울뿐인 구호에 그치기 쉽다. 과거 빌 클린턴이 미국 대선에서 ‘경제’를 핵심 의제로 부상시키며 승리했듯이, 오늘날 기업과 지역 사회의 성공 역시 ‘생태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생태계의 번영은 단순히 개별 주체의 역량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종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개방성과 연결성이라는 세 가지 필수 조건을 충족시킬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 도시를 살리기 위해 조성된 혁신도시는 배우자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정착하기 어려운 ‘독수공방’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무분별한 신도심 개발은 기존 원도심을 공동화시켜 유령도시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교통망 구축의 어려움 역시 이러한 생태계의 단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청년 세대가 원하는 ‘통근 전철’이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내 연결성과 상호작용이라는 생태계적 관점이 간과되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선두 주자였던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파운드리 분야에서 뒤처지는 현상 역시 ‘생태계’ 경쟁력의 차이로 설명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칩 설계,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공정, 그리고 패키징 및 후공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문 기업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IP 파트너 수에서 TSMC에 크게 밀리고, 패키징 기술에서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반도체 경쟁이 이미 ‘생태계 전쟁’으로 전환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시대는 개별 기업이나 지역이 고립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 안에서 상호 협력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며 발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혁신도시에 발이 묶인 젊은 부부, 텅 빈 원도심, 그리고 첨단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는 대기업의 사례는 모두 ‘생태계’를 고려하지 못한 정책과 전략의 실패를 보여준다. 앞으로의 산업 발전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에너지와 물질의 효율적인 순환을 도모하며, 외부와의 개방성과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의 지적처럼,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는 클린턴의 외침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산업 전반에 던지는 깊은 울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