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감소와 고령층 일자리 증가라는 이례적인 현상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실패와 기존 산업 구조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은 1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구체적인 이유 없이 쉬는 ‘쉬었음’ 청년의 규모는 2020년부터 40만 명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청년층의 나약함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급여, 불합리한 업무 강요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경험 있는 노동력이 상당수임을 시사한다.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수준의 급여와 근무 환경, 그리고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포함하는 ‘상식적’ 일자리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는 이러한 ‘상식적’ 일자리조차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일자리 상황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지속적인 증가와 청년 일자리의 감소로 요약된다. 8월 기준으로 1991년부터 2025년 사이에 청년 일자리가 약 200만 개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1991년 8.3배에 달했던 청년 일자리와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올해 0.8배까지 떨어지며,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해도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OECD 국가들의 경우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 수준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산업 자체의 침체에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은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5%로 그 비중이 크게 줄었다. 특히 한국 제조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생산 부문에 특화되어 있어, 제품 설계나 디자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서비스는 선진국에 의존하는 ‘자기 완결성 결여’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소득 불평등 심화와 함께 자영업자 고령화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기술 혁명, 즉 인터넷 및 IT 혁명, 데이터 혁명을 거쳐 현재의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및 혁신 노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정책은 과거 ‘한강의 기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이 선진국의 산업 생태계 일부를 맡는 ‘식민지형 산업화’였다면,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기 완결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는 출발점인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이며, 특히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을 강조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AI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으로는 분산과 이익 공유,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모델의 문화와는 이질적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표 기업조차 제조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AI 대전환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AI 시대의 진정한 성공은 AI 모델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인재’에 달려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배경도 이러한 맥락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과의 결별, ‘부동산 모르핀’ 투입 중단, 그리고 경제적 여유를 보장하는 정기적 사회소득 제도화와 같은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국이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으로 근대 산업 문명을 주도했던 것처럼, 한국 역시 AI 대전환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인재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